CRUX-170HD 리뷰 오토가이드 테스트

이번에 적어볼 내용은 CRUX-170HD 리뷰 중에서 오토가이드 테스트 2입니다. 원래대로라면 한참 전에 진작 올렸어야 할 후기입니다만, 적도의를 받기도 전 5월 15일에 알리익스프레스에 폴마스터가 싸게 올라왔길래 냉큼 주문했습니다. 어차피 중고 매물이 가뭄에 콩 나듯 올라오기도 하고, 중고가와 비교해도 큰 차이는 없었기에 바로 주문했습니다.

그러나 판매자가 보름이 넘게 지난 6월 2일에서야 물건을 발송했습니다. 그러더니 제가 원래 신청했던 배송방법인 e-EMS가 아닌 PostNL로 발송을 했습니다. 하지만 PostNL도 6월 6일을 마지막으로 배송 로그가 10일 가까이 안 찍히고, 구매자 보호 기간(에스크로 기간)이 다해 가서 환불을 받으려고 클레임을 걸었습니다. 클레임을 건 지 이틀 뒤에 갑자기 배송 로그가 다시 뜨고 결국 물건이 도착하더랍니다. 결국 배송비 차액은 환불받았습니다만, 주문부터 제 손에 물건이 들어오기까지 장장 33일이라는 엄청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전 정말 제 택배가 어디 우체국 직원 실수로 북한이라도 간 줄 알았습니다.

폴마스터가 너무 늦게 도착해서 이전에 올린 첫 오토가이드 후기는 극축을 맞추지 않은 채로 진행했었죠. 그리고 첫 후기로부터도 일주일이 넘게 지나서야 드디어 적도의를 제대로 굴려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장비 구성 및 설치

CRUX-170HD 리뷰 3. 오토가이드 테스트 2

우선 적도의는 CRUX-170HD 2차분, 중고 하모닉 기어를 이용한 제품입니다. 신품 하모닉을 이용한 제품보다 훨씬 저렴한 반면 하모닉 기어 특유의 뛰어난 성능은 그대로입니다.

경통은 다카하시 ε160ED입니다. 구경 160mm, 초점거리 530mm, f/3.3의 제품입니다. 광학계 자체는 30년도 더 된 설계입니다만 매우 정밀한 쌍곡면 미러를 사용하여 여전히 고급 굴절과도 비교되는 최상급의 성능을 보여줍니다. 디지털 카메라용 신형 ED 보정 렌즈를 장착하였기 때문에 주변부까지 수차 보정도 뛰어납니다. 다만 f/3.3이라는 밝기에서 오는 그놈의 광축 문제가…;; (이 날도 들고 몇번 옮겼더니 어느덧 광축이 약간 틀어져 있어서 다시 맞췄습니다.

이전 리뷰는 적도의 자체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무게추를 달지 않았습니다만, 이번에는 안정적인 사용을 위해 GP용 3.7kg 무게추를 하나 달아 주었습니다. 엡실론이 꽤 무거운 경통이기 때문에 균형이 맞지는 않지만, 하모닉 적도의는 균형을 정교하게 잡으나 한쪽으로 쏠리나 가이드 성능에 아무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대충 넘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맞춰 주면 됩니다. CRUX-170HD의 무게추봉의 직경은 EM-200과 같은 18mm이기 때문에 20mm 직경의 무게추봉을 사용하는 GP 무게추를 그냥 끼우면 약간 유격이 생깁니다. 그래서 무게추봉과의 사이에 종이를 약간 끼워 단단히 물리도록 하였습니다.

가이드 시스템은 오리온 ShortTube 80mm (f/5, 초점거리 400mm)에 QHY5L-II Mono입니다. 흔히 많이들 사용하시는 세트입니다.

거기에 메인 CCD로 STF-8300M과 8필터휠, 모터포커서 등이 올라가서 총 페이로드는 12kg~13kg을 좀 넘을 겁니다. 피어는 천문공작실표 저가형 피어입니다. 다리가 좁긴 하지만 몸체가 무식하리만치 무거운 스틸 파이프라서 오늘 테스트한 정도의 페이로드로는 균형이나 진동 등 문제는 없습니다.

원래는 적도의를 TheSkyX나 MaxIm DL에 연동시켜 GOTO를 사용하려고 했는데, 자꾸 연결에 트러블이 생기더군요. 저는 관측지에 나갈 때 촬영 제어를 위해 ZOTAC ZBOX를 사용하는데(위 사진 속에서 카트 위 아이패드 옆에 놓인 작은 컴퓨터입니다), 제 노트북에서는 잘만 인식되던 적도의가 ZBOX에서는 제대로 인식이 되지 않습니다. 분명히 연결되었다고는 뜨는데 적도의로부터 제대로 데이터를 받아오지 못하고, 적도의에 제대로 명령이 들어가지도 않습니다.
ASCOM 드라이버 문제인지, 아니면 FTDI 드라이버 문제인지, 어떤 문제인지는 나중에 UART로 PC에 직접 연결해서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할 듯 합니다.
컴퓨터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아 컨트롤러에서라도 GOTO를 사용하려고 했는데, 뭐라도 씌었는지 시간과 날짜, 장소를 잘 입력해도 MTS-3SDI 컨트롤러상에서의 1-star align조차 계속 제대로 되지 않아 결국 화면에 표시되는 적경 적위를 계산하며 직접 호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울 하늘에서는 워낙 보이는 게 없으니 꽤나 까다로웠습니다. PC 연결을 위해 사투를 벌이느라 한참, 그리고 컨트롤러와 사투를 벌이기를 한참. 또 모기는 왜 이리 많은지 계속해서 귀 주변에서 윙윙거리는 모기를 쫓기에도 바빴습니다. 결국 어떻게 베일 성운을 찾아 오토가이드를 시작했습니다.

PHD 캘리브레이션 결과

오토가이드 정밀도 등은 맥심과 PHD에서 결과가 별로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가이드에 대해 보다 상세한 정보를 알려주는 PHD의 결과화면을 중심으로 씁니다. 가이드 캘리브레이션 결과는 아래 사진과 같습니다.

CRUX-170HD 리뷰 3. 오토가이드 테스트 2

오토가이드 촬영을 많이 해 보셨다면 무언가 이상한 것을 느끼실 겁니다. 보통은 적경과 적위축의 각도는 90도가 나와야 하는데, 사진 속에서는 86.4도 정도를 이루고 있지요. 계속 반복해서 캘리브레이션을 해 봐도 적경과 적위축이 계속 90도를 이루지 않고 조금씩 틀어지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크게 틀어질때는 6도 이상 틀어지기도 했습니다.

보통 이런 문제는 웜휠이 정밀하지 않은 저가형 적도의에서 생기고는 합니다. PHD는 처음 가이드를 시작할 때 적도의에 임의의 가이드 신호를 넣어 보면서, 가이드 신호를 넣었을 때 별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확인함으로써 적경축과 적위축의 방향을 알아냅니다. 그런데 적도의의 웜휠이 정밀하지 않다면 가이드 신호를 넣었을 때 적도의가 일정한 속도로, 그리고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으니 적경과 적위가 90도를 이루지 못하고 틀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사실 이 현상은 오토가이드를 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어차피 가이드를 통해 전부 보정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최상급의 정밀도를 자랑하는 하모닉 적도의에서 나타난다는 것에 조금은 의아해서 황인준 사장님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제가 전에 사용하던 CEM25P나 NEQ6에서도 겪지 못한 현상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황 사장님의 답변을 듣고 나니 바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바로 하모닉 적도의 특유의 주기오차 때문입니다.

하모닉 적도의는 백래시가 전혀 없고 토크가 강하며 정밀도가 매우 높아 적도의에 쓰기에 이상적인 특성을 가지지만, 웜휠 적도의와 비교했을 때 딱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주기오차가 심하다는 것입니다. 웜휠 적도의는 웜과 웜휠을 충분히 정교하게 깎으면 주기오차를 Peak-to-peak 5초각 정도까지도 달성할 수 있으나, 하모닉 적도의의 주기오차는 무려 Peak-to-peak 40초각에 이릅니다. 때문에 가이드를 하지 않을 경우 적경축이 회전중에 천천히 앞뒤로 왔다갔다하게 되고, 이는 PHD가 캘리브레이션을 하는 와중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문에 PHD는 적위축을 캘리브레이션하려고 신호를 보내는데, 그 와중에 적경축이 천천히 움직이고, 따라서 적위축의 캘리브레이션 결과에 적경축의 움직임이 섞이게 됩니다. 따라서 하모닉 적도의를 PHD에서 캘리브레이션할 때에 적경축과 적위축이 정확히 90도를 이루지 않는 현상은 하모닉 기어 자체의 특성이고, 오토가이드를 할 경우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그냥 사용하시면 됩니다.

가이드 그래프

수 시간 정도 베일 성운을 겨누며 오토가이드 테스트를 했습니다. 참고로 베일 성운은 적위가 30도 정도로 꽤 낮은 편입니다. 가이드 주기는 0.5초로 설정했습니다. 가이드 결과는 아래 스크린샷과 같습니다.

CRUX-170HD 리뷰 3. 오토가이드 테스트 2


다만, 제가 가이드경의 초점거리를 200mm로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결과값이 모조리 두 배로 뻥튀기되어 있습니다. 즉 아래 화면에 나오는 오차들은 전부 실제 값의 두 배라고 보시면 됩니다. 적경축 RMS는 0.775초각, Peak는 2.335초각, 적위축 RMS는 0.5초각, 적위축 Peak는 1.475초각, 전체 RMS는 0.92초각입니다. 가이드 그래프는 맨 위가 +2초각, 맨 아래가 -2초각입니다.

테스트 장소는 서울대학교로, 관악산 골짜기 사이에 있기 때문에 평균 시상은 3-4초각 정도로 시상이 그닥 좋지 않은 곳입니다. 적위축의 경우 RMS 0.5초각정도 흔들리고 있는데, 이 정도면 그냥 시상의 영향입니다. 적경축은 RMS 0.775초각정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적경축도 움직임의 대부분은 시상의 영향일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적경축을 유심히 보시면 두 종류의 주기적인 흔들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신호를 FFT(푸리에 변환)해 보면 대략 20초 정도 주기의 흔들림이 하나 나타나고, 3분 정도 주기의 흔들림이 하나 나타납니다.


우선 몇 분에 걸친 느린 흔들림은 주기오차에 대한 보정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20초정도 주기의 흔들림의 원인은 아직 찾지 못했는데요, 일단은 전혀 고정되지 않은 채 늘어진 전선들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위 세팅의 사진을 보시면 가이드 케이블부터 시작해서 USB 케이블이고 뭐고 전부 다 그냥 바닥으로 늘어뜨려 놓은 상태입니다. 물론 흔들림의 크기가 1초각도 안 되기 때문에 STF-8300M CCD상에서도 0.3픽셀정도밖에 안 되고, 사진을 찍는 데 특별히 지장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뭔가 찜찜한 건 사실입니다.

아래 사진은 거의 철수할 무렵 해가 떴을 때의 사진입니다. CRUX-170HD는 적경축이 길게 튀어나와 있는 특유의 디자인 덕에 대상이 자오선을 넘기더라도 아래 사진처럼 meridian flip 없이 그냥 사용할 수 있습니다.

CRUX-170HD 리뷰 3. 오토가이드 테스트 2